“해외입양은 ‘인종차별’의 다른 모습”

[서평과 인터뷰]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 : 이식된 삶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

 김성수 (wadans)

▲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 표지
ⓒ 뿌리의집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부제 : 이식된 삶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원래 2006년 미국에서 영어로 발간된 <우리 안의 이방인 : 인종간 입양(Outsiders Within : Writing on Transracial Adoption)>의 국문판이다. 이 책은 해외입양을 바라보는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준 책이다. 역사적 사건은 그 사건을 보는 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기록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건을 가해자는 ‘광주반란’, ‘5.16혁명’, ‘빨갱이 사냥’으로 보지만, 피해자는 ‘광주민주화운동’, ‘5.16군사반란’, ‘민간인 학살’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해외입양에 대한 책이 많이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입양기관과 입양부모의 입장에서 해외입양을 정당화하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 입장은 ‘해외입양은 좋은 일’, ‘해외입양을 보내면 아이의 장래가 핀다!’와 같은 해외입양에 대한 찬사와 긍정적 시각을 가졌다.

그러나 이 책의 시각은 기존 대부분 해외입양과 관련한 책과 정반대 입장에 서 있다. 이 책은 왜 한 아이가 친엄마와 강제로 이별되어 살아서는 안 되는지를 해외입양인의 고뇌에 찬 삶과 그들이 받은 치료되지 않은 상처를 통해서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피해자 입장에서 겪고 기록한 해외입양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저자들은 스웨덴 해외입양인 학자 이삼돌(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 외 해외입양인 29인이다. 이삼돌 박사는 2008년 한국의 신문, 방송, 영화, 드라마에 나타난 한국인 입양인들의 이미지를 분석해 낸 연구서 <해외입양과 한국민족주의>를 출간한 바 있다.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을 읽은 감회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이 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상봉에 가려진 해외입양인에 대한 고통 어린 증언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에서 조선여성이 절대 다수였던 것처럼, 한국 현대사는 국제입양산업에서 한국계 입양인이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불편한 진실은 한국현대사의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이다. 소중한 아기를 입양으로 떠나보낸 어미와 아비들의 트라우마, 분단과 급격한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입양이란 이름의 사회적 실종을 기획하고 은폐한 한국사회,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해외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편견은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현대사가 잃어버렸던 바로 그 퍼즐 한 조각임을 아프게 증명한다.”

그렇다. 한홍구 교수 지적처럼, 이 책은 아프고 잃어버린 한국현대사의 ‘불편한 진실’이 담긴 이야기이다. 이 책을 쓴 편집자 3인과 저자들은 거의 다 해외입양인이다. 이들은 미국인디언 가정, 흑인가정, 한국, 베트남, 나이지리아, 과테말라 등에서 출생했지만, 북미, 유럽, 호주의 백인가정으로 강제 입양되어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백인국가에서 인종차별에 직면하면서 살아온 소위 ‘유색인종’으로서 직업은 시인, 시민운동가, 예술가, 학자들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50만이 넘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유색아동이 북미, 유럽, 호주로 입양되었다. 북미 내에서도 미국인디언과 흑인아동이 백인가정으로 입양되었다. 그런데 이 인종간 입양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필자들이 입양부모나 입양기관 시각에서 해외입양을 기록했다. 아울러 이들 대부분은 ‘유색인 아동’을 하나의 구원 대상으로 보는 입장을 가졌다. 그래서 이들은 인종간 입양은 유색인 아동을 미개하고 후진적인 비서구로부터 보다 문명화된 서구로 이동시키는 구원행위로 해석했다. 그런 맥락에서 해외입양에 대한 지지, 찬사를 보냈다. 동시에 이러한 논리에 맞추어서 막대한 돈을 받고 아이를 해외에 판매하는 해외입양산업은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다국적기업으로 번성했다.

이 책 저자들은 기존의 이런 해외입양의 논리적 정당성과 문제를 비판하고, 해외입양인 입장에서, 인도주의의 탈을 쓴 국제입양산업의 허구와 그 뒤에 은폐된 인간의 물질적 탐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또한 보편적 인류애에 관한 미담으로 여겨져 온 인종간 입양이, 까놓고 보면, 서구백인우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세계지배의 또 다른 방법의 하나라는 것을 이 책 저자들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입양을 옹호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낳은 아이를 G20 경제력을 가지고도 우리 스스로 못 키우고 해외에 판매하여 돈을 버는 것이 여전히 정당화 될 수 있나요?”

나는 단언한다. 해외입양산업의 이면에는 “(특별히 한국인을 포함한) 유색인종들은 자기들이 낳은 자녀를 스스로 키울 능력이나 도덕성이 없다. 엄마의 권리를 유색인 여성은 누릴 자격이 없고 백인 여성만 누릴 자격이 있다”는 잘못된 인종차별철학이 숨겨 있다고.

해외입양산업의 이면에 숨은 ‘불편한 진실’

  

▲ 로리 아스크란드 교수. 기자와 공개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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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

이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근교 한 농원에서 나는 이 책과 직접 관련된 2명의 미국 여성들과 공개인터뷰를 가졌다. 한 여성은 미국 국내입양 엄마이며 위튼버그대 교수인 로리 아스크란드(Lori Askland)이고 또 한 여성은 이 책 편집자이며 필자 중 한 사람이며 미국입양인인 제인 정 트랜카(Jane Jeong Trenka)씨다.

특별히 아스크란드 교수는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 된 이 책을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한 강의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아스크란드 교수, 트렌카씨와 함께 이 책에 관하여 나눈 공개인터뷰 전문이다.

– 이 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되었는데 왜 이 책이 독자들에게, 특별히 미국독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로리 아스크란드(이하 로리) : “내 자신이 국내입양을 한 엄마로 입양이 때로는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미국인들 다수도 마치 입양이 항상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의 행위라고 이상화 한다. 그러나 동시에 다수 미국인들은 오늘날 입양산업에서 형성되고 있는 비윤리적 관행과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입양부모는 언론에 입양에 관하여 막강한 영향력이 있고 그래서 입양을 그저 단순한 구원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입양이 또한 세계의 인간 밀매, 부패, 아동매매, 부족한 사회복지에 대한 정당화, 힘없는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깊이 연결 되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러나 사실 현재 해외입양산업은 단순히 인도적 행위라기보다는 아주 돈벌이가 잘되는 사업이다. 그리고 그 입양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와 약소국들의 목소리는 강자와 강대국들에 의해서 무시되고 간과된다. 이 책은 세계 입양의 실태와 그 정책문제에 대해 기존의 책보다 보다 더욱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제인 정 트렌카씨. 기자와 공개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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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

– 이 책의 주요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제인 정 트렌카(이하 제인) : “이 책의 대부분은 인종간 입양인들이 쓴 글 모음이다. 이 책은 기존의 입양관련 문헌이나 서적에 입양인들의 입장이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그래서 이해당사자인 우리 입양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넣은 책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입양관련 책들은 백인 입양부모들이 어린 입양아동에 초점을 맞춰서 썼다. 그러나 이 책은 백인이 아닌 유색인 성인 입양인들의 시각에서 백인들의 입양관행을 바라보았다. 이 책을 쓴 해외입양인들은 한국계가 가장 많고 그 외에 베트남, 흑인, 미국 인디언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성인 입양인들은 입양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여러 사람의 쓴 모음집이기 때문에 이 책의 장르는 시, 논문, 회고록, 삽화 등 다양하다.”

– 왜 영문학과 여성학 교수인 당신(로리 아스크란드 교수)이 이 책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나?

로리 : “내 학생들 대부분은 미국 중상층의 기독교 가정 백인 아이들로서 언론에서 입양을 항상 사랑의 행위로 보여주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내 학생들은 주변에 입양가족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 가까운 장래에 아동입양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학생들은 성인 입양인들의 체험과 오늘날, 물론 다는 아니지만, 입양산업의 부패한 관행을 통해서 입양의 복잡한 여러 면을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내가 가르치는 미국문학 과목에 있어서도, 현재 해외입양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미국사의 노예문제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 흑인 노예들은 친절한 미국 백인 집에서 노예로 살면서 백인주인에게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 없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해외입양인들도 유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입양산업을 비판하는 것이 친절한 백인입양부모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까봐 숨을 죽이고 사는 면이 강하다.”

– (제인 정 트렌카씨는) 이 책 편집자의 한 사람이자 해외입양인으로서 이 책의 출판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었나?

제인 : “내 책 <피의 언어>의 출판기념회를 여러 곳에서 하던 중에 많은 해외입양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다른 해외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에게도 파란만장한 사연이 많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그 성인 입양인들이 내게 해준 이야기는 기존의 입양관련 문헌이나 서적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백인주류사회에서 간과되고 무시되었던 성인 입양인들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담은 책이 필요하다 절감하게 되었고 결국 출판하게 되었다.”

해외입양인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담은 책

  

▲ 로리와 제인. 인터뷰 후 기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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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

– 한국인들에게 홀트입양원의 설립자로 잘 알려져 있는 해리 홀트의 이미지는 한국에서 마치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처럼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두 얼굴의 홀트’를 보았고 그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홀트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제인 : “한국인들은 홀트 같은 입양기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이 책은 인종간(해외)입양은 정부정책과 자유시장 논리가 제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홀트와 같은 국제입양단체는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지부가 있는 다국적 기업과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 가정을 위해 현재 홀트는 몽고, 중국, 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태국, 에티오피아, 우간다. 아이티에서 해외입양아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불가리아와 네팔에서도 입양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최근에서 북한,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남아공에서도 해외입양 활동을 벌였다.

미국 내의 홀트 지부는 오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사우스다코타, 미주리, 캔자스, 뉴저지에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만 50개 주에서 홀트는 입양관련단체와 강력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서 아동이 필요한 가정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 한국에서는 홀트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룩셈부르크에도 해외입양아를 보냈다.

또 홀트를 포함한 서구 입양기관은 기독교인들이 운영하고 있고 이들 입양기관은 해외입양을 통해 다른 나라와 문화의 아동을 기독교인화 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 홀트는 미국 세금 양식 자사를 소개하는 란에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홀트복지회는 기독교기관으로 고아,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이별된 아이 등을 찾아서 지원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연결해줍니다. 이러한 우리의 일은 아이들을 위한 하나님의 깊은 동정의 표현입니다.’

그 과정에 물론 돈이 든다. 해외입양을 원하는 미국 부모가 한국 아이 한 명을 입양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3만 달러까지 된다. 한국이나 외국아이 입양을 원하면 2만5000~3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라고 아래 미국 입양기관 홈페이지에 지금도 광고가 나온다. 그리고 입양을 통한 연방세 공제를 제외하면 해외입양수수료가 3만8000달러까지 올라간다. 입양은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안 받고 자비로 하는 행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분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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