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이 아닌 ‘싱글맘 데이’로 해주세요”

[노컷뉴스] 2012년 05월 11일(금) 오전 06:17
[CBS 조태임 기자]

“풍족하지는 않아도 불행하지는 않아요. 이 아이로 인해 살아가는 이유가 더 생겨요”
20개월 딸아이를 혼자 양육하고 있는 싱글맘 감은남(36) 씨는 잠든 아이를 한참 쳐다봤다.

2년 전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리자 남자는 이별을 통보하고 떠났다.

감 씨의 머리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낙태였다. 큰 마음 먹고 간 병원에서 초음파를 통해 아이의 눈과 코가 생긴 얼굴을 보자 ‘굶어 죽고 먹고 살기 힘들더라도 낳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이를 낳았지만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축하도,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아이를 키우기 어렵게 되자 13년 동안 다닌 직장도 그만둔 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금은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아 일을 쉬고 있는 상태다.

감 씨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게 되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어요. 거의 아르바이트 하며 일을 하거나 기초생활수급비 받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버티기가 어려웠다. 감 씨는 “죄를 지은 게 아닌데 죄인 취급을 당하고 우리 아이까지 불행한 아이인 것처럼 쳐다본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감 씨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입양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아이가 옹알이를 하며 환하게 쳐다보고 특히 아이가 ‘엄마’라고 외치며 달려들면 입양을 고려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감 씨는 “내가 우리 딸이 없었으면 이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예쁜 딸을 입양을 보냈으면 평생토록 마음에 남아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감 씨는 ‘싱글맘 데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싱글맘 데이는 국내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입양의 날 대신 입양보다는 아이들이 친부모 아래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미혼모 단체와 입양 기관들이 지정한 날이다.

올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입양인 총 1548명 중 1452명(전체의 93.8%), 해외입양의 경우 총 916명 중 810명(88.4%)이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싱글맘 데이’를 주최하고 있는 뿌리의 집 김도현 원장은 “우리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편견, 경제적 어려움 등 때문에 미혼모들에 입양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입양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해외입양 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내 입양이 답인 것처럼 제시하는 정부 정책과 사회의 시선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친생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정책을 먼저 고민한다면 해외 입양 수는 자연스럽게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8살난 아들을 둔 싱글맘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최형숙 대외정책팀장은 “좋은 가정이라는 잣대는 외부에서 정하는 게 아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 밑에서 크는 게 좋은 가정이다”며 “‘싱글맘 데이’ 자체가 필요없는 그러한 세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말했다.
dearher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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