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결혼과 상관없이 자식을 키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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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 말걸기]<25> “입양, 자선이 아닌 권리에 대한 문제”

제인 정 트랜카 작가,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모임(TRACK)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지난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중강당)에서는 ‘제2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는 150여 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사회의 아동양육체계를 입양이나 보육원 중심의 해결책이 아닌 친생가족보호로 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점, 특히 국내외 입양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아동인 점을 유념해서,싱글맘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미혼모의 양육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재생산체제의 정상화를 도모할 것 등이 논의됐다. 

이 컨퍼런스의 기획자인 귀환입양인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모임 대표) 씨가 대회의 환영사를 보내왔다. 60년 해외입양의 역사의 그늘 가운데서 전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동양육 혹은 재생산체제에 대한 성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편집자

제2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 환영사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

▲ 제인 정 트렌카 씨 ⓒ뿌리의 집

‘제2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 새롭게 쓰는 한국의 모성권과 아동 인권: 입양을 넘어 싱글맘 가족 권리 보호로!’에 여러분 모두를 맞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바람은, 오늘 이 회의실을 떠날 때까지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깨닫고 한국 미혼모들과 그 자녀들의 인권, 경제권, 사회권, 시민권을 위한 지속적인 투쟁에 우리 스스로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국내입양을 장려하는 정책을 만들 때,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해외입양 아동의 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건복지부가 내린 답은 “국내입양을 촉진시키자!”였습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매년 5월 11일마다 정부는 ‘입양의 날’을 기념하느라 당일 하루에 약 1억 원의 돈을 썼습니다.
모든 입양은 원가족으로부터 아이들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2011년에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88.4%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국내입양아동에 관한 기록에 따르면 93.8%가 미혼모의 자녀입니다. 다시 말해, 기록이 남아있는 총 입양인 2464명 중 202명만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복하자면, 전체 입양인 중에서 오직 8%만이 미혼모가정 외의 가족형태 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즉 미혼모들이 적게나마 힘을 부여받고 자신들의 자녀를 키울 수 있었다면 92%는 입양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보건복지부가 ‘입양인의 날’을 만들어 입양인들을 축복하고 우리 입양인 커뮤니티를 사회적으로 더 잘 이해시키고자 했다면 아마도 우리 해외입양인들은 그들과 함께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기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양의 날은 오히려 입양의 실천을축하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를 따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입양은 강요, 압박, 적절한 지원의 부족과 함께 그간 보건복지부의 무관심의 결과 해결되지 못한 심각한 차별을 기반으로, 구조적으로 미혼모와 아이들이 분리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시민들의 사회복지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사설입양기관의 민간사업을 장려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침해와 밀접하게 연결된 관행을 지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여성차별철폐국제협약과 같이 한국이 이미 승인한 바 있는 협정들과 인권에 대한 인식의 틀보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수에 기반해 국가가 입양정책을 추진하다니, 당혹스러울 만큼 순진한 접근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해외입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을 잘 보살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은 “아이들의 가족을 지원하자.”입니다. 만약 가족 분리에 취약한 많은 아동들이 싱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싱글맘 가족을 지원합시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은, “미혼모를 돕자.” 또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도와주세요.”입니다. 그 이유는 어느 누구도 하향식 자선(top-down charity)의 수혜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류와 시민에 관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 안에서의 동등한 동반자 관계입니다. 이것은 자선이 아닌 권리와 정의에 관한 것입니다.
‘미혼모 문제‘라는 용어는 부적절한 단어입니다. 사회가 미혼모를 대하는 방식이 문제이지, 미혼모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연중 내내 미혼모들의 친구이자 동료, 투쟁의 지지자로 함께하기로 다짐합시다. 우리 모두가 오늘, 내주, 내달, 내년에도 함께하며 서로의 존재로부터 격려 받고 더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제 한국 가족은 다섯 아이를 해외로 입양보냈습니다. 해외로 입양 보내진 다섯 아이들 중 한 명으로 태어난 저는 우리를 떠나보낸 정부의 중심부 중의 하나인 이곳 국회에 서게 된 것에 대해 깊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한국 미혼모들과의 연대 속에서,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흩어진 모든 입양인 가족들의 재회를 꿈꾸며 이 자리에서 제2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를 시작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결혼 여부나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울 수 있는 권리를 찾아가는 일에 동참하십시다.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친생가족의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우리 모두 함께 마음을 모으십시다. 감사합니다.

ⓒ뿌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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