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가 있어 정말 행복”… 꼭 이래야 합니까

 5월 11일은 정부에서 정한 ‘입양의 날’이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해외입양인모임 등은 지난해부터 이날을 ‘싱글맘의 날’이라 부르고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정부는 시설에서 자라나는 아이를 줄이고 가정에서 아이를 입양해 가정 환경에서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독려하자는 좋은 뜻으로 ‘입양의 날’을 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입양인모임이나 미혼모가족협회 등은 ‘입양의 날’을 기념하는 것에 반대한다. 아이가 자라기 가장 좋은 환경은, 전쟁같은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친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국민 소득1만 불 이상 나라 중 해외입양 송출국은 지구상에 우리나라뿐이다. 더욱이 한국전쟁 후 절대 빈곤기에 전쟁고아를 해외에 보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 소득 2만 불 시대인 지금도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송출국 세계 4위다.

 

1980년대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진 마이클 문씨는 해외입양인으로서 한국정부와 사회를 향해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한국인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최단기간 경제성장 등 여러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한국사회를 보면 대단한 IT 강국에 엄청난 선진국이다. 그러나 한국사회 껍질을 한 꺼풀 들치고 그 속을 차분히 들여다 보면 한국사회는 심각하게 망가진 사회다. 한국에서는 기본적 인권이라 할 수 있는 모성권, 아동인권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보수적인 가부장적 사회인데 남성들은 가족에 대한 권위의식은 팽배한 반면 책임의식은 결여되어 있다. 함께 낳은 아이인데 미혼모들 혼자서만 아이를 어렵게 키우고 남자들은 모른 체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경제 3위, 세계 경제 10위권인 나라가 어떻게 해외입양송출국 4위일 수 있나? 이것은 한국인들의 가치관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90%에 가까운 미혼모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스스로 양육을 못하고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의 사회복지가, 그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얼마나 열악하고 또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심각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도주의가 심각하게 파손된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자기 민족구성원이 나은 아이를 이 정도 경제 규모의 국가에서 돌보지 않고 그냥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것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 비인간적인 범죄행위일 뿐 어떤 이유로든지 정당화될 수 없다.”

그의 말을 듣는 동안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마이클과 함께 80년대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그의 여동생은 몇 해 전 미국에서 임신 6개월의 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또 함께 입양 보내진 마이클의 쌍둥이 남동생은 미국에서 노숙자이자 마약중독자로 거의 폐인이 되어서 거리에서 살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 선배로부터 또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곳 프랑스에서도 대부분 해외입양인들이 상처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입양제도와 기관의 기업화 내지는 특혜권력화에 대해 심히 우려가 됩니다. 어제 프랑스 선거에서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그 전부터 한국 언론에서 사회당이 집권하면 한국 입양인 출신에서 입각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어 왔습니다. 첫째는 플라세 상원의원 (녹색당 대표)인데, 유망한 차세대 정치인이고 사회당과 녹색당은 상호 연대한 상황입니다. 둘째는 사회당내 젊은 여성 활동가인데 정식 장관은 아니어도 정무장관급은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플라세 상원의원이 한국에 다녀왔는데, 처음 정치인으로 알려졌을 때는 한국 언론인을 만나는 것을 피했고 “한국이 나를 버렸다”라는 나쁜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에야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호전되고 있습니다. 사회당 여성 정치인도 “나는 프랑스인이고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한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한국에서는 해외입양이라는 방식으로 양육권을 외국인들에게 넘겨 버렸는데, 뒤늦게 그 사람이 잘 되었다고 해서 찾아다니면서 보도하고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부어 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참 개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어느 부모가 어린 자녀를 버렸다가 그 자녀가 성장해서 성공하니까 나중에 찾아가서 부모라고 밝히고 덕을 보려는 것이나 똑같은 행태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해외입양의 선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제 2회 싱글맘의 날을 맞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미혼모이면서도 용기있게 인터뷰에 응해준, 최형숙씨를 지난 8일 만났다. 그녀의 아들은 지금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다음은 최형숙씨와 뿌리의집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부모시설 수용아’라는 표현 가슴 아파”

 

  

▲ 최형숙씨

ⓒ 김두연
 입양

 

–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언제 설립되었고, 무슨 활동을 하며 회원수는 어떻게 되나? 또 회원의 나이는 평균 몇 세인가?

“미혼모들이 2009년 준비기간을 갖고 2010년 설립했다. 온라인카페 회원은 천 명이 넘고 회비를 내는 정규회원은 160명이다. 주요 활동은 미혼모들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한 달에 1번 미혼모 가족이 만나서 그동안 활동상황을 공유하고, 원하는 교육을 받는다. 교육내용은 주로 취업을 위한 재무경제교육, 미혼모들이 심리적 갈등을 많이 겪기 때문에 자아 발견이나 자아 찾기 교육 등이 있다. 온라인 회원들에게는 주로 상담을 해준다. 나이는 평균 27세 정도인데 1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골고루 있다.”

– 아드님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적응은 잘하나? 친구들과 관계는 어떤가?

“걱정이 많다. 어린이집 다닐 때는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일이 있으면 원장님이나 선생님을 쉽게 면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니 엄마의 개입이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긴장된다. 주위 미혼모 선배들은 내가 미혼모인 것이 알려지면 차별이 심해져서 아이에게 피해가 간다며 활동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아직은 버티고 있다.

아이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날 학교에 가서 홍보물책자를 봤다. ‘저소득소년소녀 가장, 한부모시설 수용아’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나는 지금 아들과 모자원에 살고 있다. 선생님을 찾아가 “수용하면 수용소나 교도소 같으니 ‘한부모시설거주아동’으로 표현을 바꿔달라고 부탁 했는데 거절 당했다. 학교 현장에서 좀 교육적인 표현, 차별적이지 않은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이번 달이 가정의 달이라고 학교에서 글짓기 숙제를 줬는데 내용이 ‘부모님께 편지쓰기’, ‘가족사진 가져오기’, ‘두 분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우리 가족 아빠엄마와 살아요’ 등이더라. 좀 가치중립적 표현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학교선생님, 급우들 그리고 다른 학부모들과 관계는 어떤가?

“지난 3월 학부모회를 갔는데 어색함이 느껴졌다. 학부모회에서 내 아들이 다니는 방과 후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저소득층 아이들이라 아이들이 산만하다”라는 표현을 생각 없이 쓰는 엄마들이 있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또 학교설명회를 하는 날에도 교감 선생님이 “못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수시로 남발해서 참 불편했다. 교육현장에서라도 차별적 용어를 안 썼으면 한다.”

– 지난 몇 년 동안 미혼모에 대한 복지와 관련된 진전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나?

“2005년 출산 당시와 비교해선 좋아졌다. 당시엔 정부 지원이 1원도 없었다. 지금은 제한적이지만 기저귀, 분유 지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미혼모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 미혼모들은 기초수급자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재 미혼모 지원제도는 전부 아니면 전무다. 선택적, 맞춤형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임대주택이 필요한 가정, 의료비가 필요한 가정, 교육비가 필요한 가정 등.

더욱이 2011년 미혼모와 관련한 여성가족부 예산은 124억 원이었는데 금년 예산은 오히려 86억 원으로 삭감됐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말은 24세 미만 청소년 미혼모 위주의 지원 예산이 2011년에 남아서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에서 미혼모 지원예산 기준을 엄마 나이에 맞추지 말고 아동나이에 맞추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유엔아동인권협약도 “아동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 먼저” 임을 명시하고 있다. 아동의 나이에 미혼모 지원예산을 맞추었다면 금년예산이 삭감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우리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에 잠도 못 자”

–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은 무엇인가, 어려움도 말해 달라.

“생활 자체에 아이에게 받는 것이 주는 것보다 많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모든 일에 내가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아이가 커가는 것과 동시에 나도 커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로 인해서 나도 성장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 인간이었나를 아이로 인해서 배운다. 아이 때문에 부모님과 가족의 소중함과 그 의미를 절실히 깨닫는다. 내가 배려해야 하는데 나를 배려하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가장 어려운 것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다. 처음에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마음먹은 것도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주위로부터 받을 싸늘한 시선 때문이었다. 그후 마음을 바꿔 부모님 반대에도 아이를 홀로 키웠다. 부모님이 5년 동안 나를 안 만나셨다. 아이가 생후부터 5살 때까지 내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아서 지금도 가슴 아프다. 아이가 4살 때,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 엄마가 우리 아이가 미혼모 아들인 것을 알고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고 “내가 우리 아이를 이 세상에서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으로 한숨도 못 잤다.

가장 두려운 것은 조그만 잘못을 해도 내 아이가 “미혼모 자녀니까 그렇지”라는 비난을 듣는 것이다. 많이 긴장하면서 산다.”

– 5월 11일 “모성권과 아동인권 보호”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제2회 싱글맘의날 국제콘퍼런스가 열린다. 미혼모로서 우리나라 모성권과 아동인권의 보호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느끼나?

“우리사회는 미혼모를 엄마로, 여성으로 또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혼모로서 임신하고 사설 입양단체 사회복지사에게 상담을 받을 때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미혼모로서 어떻게 아기를 키울 수 있을까를 상담해 주는 대신에 빨리 입양 보내는 방법에 대해, 또 미혼모로 살면 얼마나 삶이 어렵고 아이 인생에게 피해가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알려 주었다.

그들은 친권포기서와 입양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권장했다. 내가 거기에 서명하고 새벽 2시 47분에 출산했는데 5시간 후인 아침 8시에 와서 한마디 말도 없이 아이를 데려갔다. 그 다음 날 마음을 바꾸고 다시 찾아가서 아기를 돌려달라고 하자 정색을 하며 “행정상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한 끝에 2주 후에 간신히 아기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2주간 아이를 못 본 것을 생각하면 아이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 해외입양인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이 있을 텐데.

“남 같지 않고 가족 같다. 나도 전에는 해외입양을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뿌리의집에서 해외입양인들을 많이 만나며 그들이 평생 받은 상처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걸 절감했다.”

– 미혼모와 관련하여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혼모와 그 아동에 대한 편견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미혼모를 엄마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입양을 홍보하고 입양을 한 부모에게 상장과 상패를 준다. 효자효부상도 준다. 그런데 아빠나 주위의 도움 없이 아이를 꿋꿋하게 키우는 미혼모들에게는 상장이나 상패 대신 편견과 차별이 돌아온다. 나는 정부에서 미혼모 우수사례도 발굴하여 상을 주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어떻건, 아빠가 있건 없건 아이는 아이일 뿐이고 아이 그 자체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미혼모 자녀를 차별하지 않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편부모가정 등 다양한 모습의 가족형태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존중하도록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곧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다.

미혼모와 그 자녀는 범죄인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당당한 구성원이다. 미혼모와 그 자녀가 자연스럽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위축되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제2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컨퍼런스가 5월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새롭게 쓰는 모성권과 아동인권”이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About jjtrenka

www.adoptionjustice.com
This entry was posted in Uncategorized. Bookmark the perma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