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입양 보낸 엄마’를 철저히 외면하는 사회

chosun.com오피니언

▲ 김호수 뉴욕시립대 사회학과 조교수

지난 55년간 ‘혼혈아동, 기아, 미아, 결손가정 아동, 장애아동,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이 약 20만명, 국내 입양도 약 6만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입양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입양이라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만 하는 친생부모의 상황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 지난 세월 동안 입양은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자식을 다른 누군가가 키우는 아름다운 실천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의 미비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5월 11일 제6회 입양의 날을 맞으며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과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 집’을 주축으로 ‘싱글맘의 날’로 선포했다. 입양을 권장하기보다는 싱글맘들의 권리를 보장해 입양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원의 조사에 의하면,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 중 반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이 개선될 경우 양육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수많은 미혼모들이 선택 아닌 선택으로 입양을 보내게 되는 이면에는 친부의 책임회피,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취업 제한, 그리고 미혼모 복지정책 미비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상 미혼모를 위한 복지정책은 곧 입양으로 귀결되어 왔으며, 이는 미혼모에 대한 단죄와 미혼모 가정에 대한 배제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혼모를 입양 보내야만 하는 여성으로 보는 시선은 입양을 보낸 미혼모들이 겪는 상실과 고통을 외면한다. 그러나 친권포기는 친생모에게 만성적인 우울증, 고립감, 무력감, 좌절, 죄책감과 수치심을 일으키는 등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입양 보낸 미혼모들의 상실감은 더욱 중층적이다. 이들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자녀와의 소중한 관계를 상실했음에도 그 상처를 스스로 은폐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입양 보내야만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근·현대 여성사나 입양담론에서도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스스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을 보내야 했다는 죄책감과 상실은 많은 이들의 인생에 내려놓을 수 없는 짐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입양의 날을 싱글맘의 날로 재정의하는 의의는 크다. 싱글맘의 날은 미혼모자 가정을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로 공표하는 날인 동시에, 반세기 넘는 입양의 역사로 말미암은 가슴 아픈 이별과 상실의 고통을 애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11/20110511025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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