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공화국 슬픈 자화상…’미혼모→고아→입양’ 연결고리 어떻게 끊나?

뉴시스 | 기사입력 2011-05-10 06:00 | 최종수정 2011-05-10 07:37
【서울=뉴시스】

입양공화국 슬픈 자화상…’미혼모→고아→입양’ 연결고리 어떻게 끊나?

류난영 기자 = 미혼모 김미희(28·가명)씨는 6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뒤늦게 임신 3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부모와 친구에게 알리자 돌아온 말은 ‘임신을 했다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면 안되니 당장 낙태해’라는 말이었다. 고심 끝에 낙태를 결심하고 병원에 간 김씨는 초음파 검사로 들리는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에 차마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배가 불러오면서 다른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때문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마땅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김씨는 결국 미혼모 보호시설에 입소 했고 사회복지사의 재촉에 아이를 낳지 마자 입양동의서와 친권포기서까지 작성했다.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낸 후 고통에 시달린 그는 결국 기관을 찾아 사정한 끝에 닷새 뒤 출산 비용 등을 지불하고 나서야 다시 아이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는 “출산에 임박했는데 입양기관은 양부모의 재력과 나의 무능력함을 비교하면서 모욕적인 말과 함께 아기를 빨리 포기할 것을 권유해 매우 불쾌했다”며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냈을 때는 마치 쓰레기처럼 아이를 버린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미혼모를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고 선입견이 거의 없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미혼모들은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실제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미혼모가 3.18점을 기록해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웃으로 동성애 가족과 외도로 갈등하는 가족 다음으로 미혼모 가족을 꼽았다.

미혼모가 인식하는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정도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미혼모를 대상으로 ‘미혼모가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정도’에 따르면 ‘편견이 매우 심각하다’와 ‘심각한 편’이라고 답한 미혼모가 전체의 89%로 조사됐다. 반면 ‘전혀 없다’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답한 미혼모는 각각 2%와 9%로 매우 적었다. 대부분의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미혼모 이지현(32·가명)씨는 “믿었던 동료에게 어렵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털어놨는데 다음날 회사에 소문이 나 있었다”며 “미혼모를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 양 취급하고 비도덕적이고 실패한 것으로 바라보는 눈초리를 견디지 못해 결국 퇴사를 하고 말았다”고 호소했다.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박희영(38·가명)씨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가 누구냐고 놀림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이 미어졌다”며 “동네 아주머니들도 아이가 아빠가 없는 것을 알고는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하거나 멀리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미혼모는 현재 제도적인 혼인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아이를 출산했거나 현재 임신 중인 여성을 말한다. 사전에는 미혼모를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기를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성’으로 정의한다. 미혼모라는 용어에 자녀 출산은 결혼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위반한 것에 대한 비난이 내포돼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입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입양 활성화나 입양법의 개선 보다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미혼모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희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혼모 대부분이 자녀 양육을 선택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미혼모 90% 이상이 자녀를 입양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미혼인 상태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편견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데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모 지원을 동의하는 사람들도 미혼모가 어릴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나이가 30세이며 결혼이 늦어지면서 20대 후반의 미혼모도 많이 늘고 있다”며 “성인 미혼모가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이 우리 사회에 알려지지 않아 청소년 미혼모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엄마 나이 기준을 완화하고 아이 나이(24개월) 기준으로 지원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모의 나이가 만 24세 이하이며 가구당 소득이 최저생계비 150% 이내인 청소년 한부모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실제로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를 대상으로 미혼모의 자녀 양육에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이 개선될 경우, 양육할 의사가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경제적 지원이 제공된다면 양육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53.0%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 편견이 개선된다면 양육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57.0%에 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혼모가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10대와 성인기를 막론하고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한 미혼모들은 일정기간 자녀돌봄의 시간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 주는 분위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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