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한 가정 꾸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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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싱글맘의 날 국제 콘퍼런스
“우리도 행복한 가정 꾸릴 수 있어요”
입양인·생모·미혼모 한자리에…복지 사각지대 어려움 토로
▲ ‘싱글맘 벙글맘 짝짝짝~’ 11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싱글맘의 날’ 국제 콘퍼런스에서 생일잔치를 제대로 치러보지 못한 싱글맘 자녀들을 위해 입양인과 싱글맘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입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전에 미혼모들에게 양육이라는 선택지를 먼저 제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김도현 ‘뿌리의집’ 원장)
‘입양의 날’인 11일 국내외 입양 아동의 약 90%가 미혼모 자녀라는 현실을 지적하고 미혼모·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모임(TRACK)’과 뿌리의집,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한부모연합은 이날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제1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대강당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식을 남의 품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어머니들의 한 맺힌 절규가 듣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가족에게 떠밀려 해외 입양 시킨 자녀를 30년 만에 찾았다는 민들레어머니회 노금주 대표는 “남편은 도박에 중독돼 젖도 안 나오는 나를 끌고가서 피를 뽑아 팔게 했다”며 “남편 이 보기 싫어 20여일 집을 나온 사이 가족이 아이를 해외로 입양을 보내버렸다. 아이 없이 보낸 30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픈 시절이었다”고 고백했다.

김도현 원장은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을 ‘싱글맘의 날’로 대체해 이름 붙인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입양 정책과 관행에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싱글맘들의 책임 있는 양육 태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감은남씨는 “나 홀로 어렵게 출산한 후 국가에서 주는 혜택을 받고 싶었지만 소득 기준에 맞지 않아 싱글맘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 미혼모가족협회 최형숙 대외협력팀장은 “결혼하지 않고 헤어진 상태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하니까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치는 여자라거나 미혼모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로부터 멀어지고 이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세상이 무섭고, 살아가는 것이 무서워 아이를 포기하는 엄마들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미혼모 자녀에 대한 인식이 아빠 없는 아이가 아닌 아빠와 함께 살지 않는 아이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인 남편과 이혼해 싱글맘이 된 소냐 벡달 미국 콘코디아대 교수도 “아이들이 자라는 데 많은 어른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꼭 엄마, 아빠일 필요는 없다”며 “싱글맘, 싱글대디도 좋은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낸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5개년 계획을 세워서라도 해외 입양 금지를 이뤄내자고 주장하며 “세상이 변해도 여전히 해외 입양이 아이들을 국제 인재로 키울 수 있고 미혼모는 재혼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와 안타깝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려면 사회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입양인, 생모, 미혼모가 한자리에 모인 이날 콘퍼런스에선 전문가들이 나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정책센터장은 “자녀를 돌보는 일정 기간 동안 취업 수준이나 급여액에 상관없이 기초수급자 자격을 인정해줘 자립 기반을 다지게 해야 한다. 주거 지원과 직업교육 강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10대 미혼모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여성 한부모 가족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임시직이거나 장시간 또는 야간 근무, 휴일·3교대 근무 등이 많으므로 이 같은 근무조건에 맞춘 다양한 보육서비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성 인천 부자보호시설 ‘아담채’ 원장은 “싱글 대디들은 비정규직에 취업한 경우가 많다”며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와 연계해 취업을 지원하고, 직업훈련원에서 무료 교육을 해주는 동안 일정액의 생계비를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길자·김희선 기자 muse@womennews.co.kr
1134호 [사회]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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