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개정 올바른 방향은

뉴욕에서 발행되는 잡지 ‘미국의 입양 가족’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사이 미국 양부모들이 한국 아동 한 명을 입양하는 데 지불한 비용은 평균 3만7586달러였다. 반면 미국의 위탁보육 아동을 입양할 경우 그 비용은 2744달러에 불과했다.

사회복지 벗어나 산업으로 변질

이런 상황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입양이 사회 복지적 본질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위한 산업으로 그 성격이 변질된 까닭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려는 사람에게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을 위한 사업이 된 것이다. 미국인 양부모들은 미국 사회의 위탁보육 아동들이 대부분 다섯 살을 넘었기 때문에 입양할 경우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은 반면 한국 아동들은 그런 문제가 없는 데다 똑똑하고 건강하다고 믿어 왔다. 아동이 나이가 들면 가치가 폭락하는 셈이다.

미국 양부모들이 한국 아동의 입양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법체계가 요구하는 아동 인권, 즉 입양 아동의 친생부모에 대해 알 권리와 친생부모와의 교섭에 관한 권리를 지켜줘야 할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 아동을 입양할 경우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 한국 아동은 인권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호되고, 미국 입양부모들은 미국 사회 내부의 위탁보육 아동보다 14배나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91개 의안과 함께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입양이 무엇인가 하는 입양의 개념 정립에 관한 것이다. 입양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산업이 아니라 아동의 복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심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입양으로 내몰린 한국의 아동들과 그들 친생부모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이란 결국 입양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과 연관된다. 입양이란 친생부모와 아동의 뼈아픈 결별에 기초해 시작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입양을 촉진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친생부모와 입양 위기에 노출된 아동이 결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 즉 친생가족 권리 보호를 정책의 핵심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이는 입양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양한 요구사항, 즉 모든 입양은 법원을 통해 이루어질 것, 미혼모들에게 그들의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줄 것,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지킬 권리를 지켜줄 것, 중앙입양원(가칭)을 설립해 입양사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과 같은 조항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친생가족 권리 보호가 핵심

국회와 정부 관련부처가 입양특례법 개정을 추진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이루어지게 할 것을 요구한다. 혹시 입양인들이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입양인들은 이미 60년 동안 정부가 무방비 상태에 있는 가족들의 권리를 지켜주길 기다려 왔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아동들이 달러화로 교환되는 이런 부끄러운 관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이 같은 해외 입양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 입양 활성화를 외치기보다는 친생가족 권리 보호를 통한 근원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제규범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우리 입양인들이 사랑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땅히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제인 정 트렌카 입양인·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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