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도 3개월인데 입양숙려기간이 7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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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 말걸기] “친부모 ‘입양동의’ 다시 생각해보자”

2009년 미국으로 입양된 타국 출신 아동의 숫자가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에티오피아를 제외하면 올 한해 미국으로 해외 입양을 보낸 아동이 증가한 유일한 나라다.

아동의 국제 입양과 관련한 세계적 추세가 국내적 차원에서의 해결 및 원가정 보호 쪽으로 분명하게 선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한국은 올 한해 1080명의 아이들을 미국으로 입양 보낼 수 밖에 없었을까.

▲ 2008년 미국의 국가별 해외입양 건수. 한국은 올해 이보다 더 많은 1080명의 아동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파키스탄은 1인당 GDP가 2644달러, 베트남은 2785달러, 인도는 2972달러, 필리핀은 3510달러로 한국(2만7939달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TRACK

이에 대한 대답은 바로 한국의 입양법에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입양법 개정 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고 오는 12월 29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의 입양법이야말로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외 입양 역사를 지속시켜 온 주요 원인으로 현재까지 20만여 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2008년 한 해 해외로 입양된 아이 중 89%가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입양법이 간과하고 있어, 입양 기관들의 시스템이 입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정 집단(미혼모)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정부와 활동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지점은 입양 숙려 기간의 연장이다. 이 숙려 기간 동안 친모가 입양을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재 친모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조차도 아이를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친모가 그녀 자신의 삶은 물론 아이와 미래 세대의 삶까지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활동가들과 정부 부처간에 상당한 의견차이가 존재한다. 입양인과 미혼모들이 마련한 법안에서는 출산 후 30일간의 숙려 기간을 요구하는 반면 보건복지가족부의 법안은 국내 입양 시 출산 후 72시간의 숙려 후에 법정 절차를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해외 입양의 경우에는 어떠한 법정 절차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활동가들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정부 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먼저 72시간은 원가정 보호보다 국내 입양을 선호하는 법적인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 안에는 해외 입양이 이뤄지고 있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또 다시 원가정 보호보다는 국내 입양이, 국내 입양보다는 해외 입양이 선호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선호 순위야말로 원가정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며, 그 다음으로 국내 입양이 차선책, 해외 입양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아동 복지에 관한 국제법에서 권고하는 바와 명백히 반대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미국식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 더 적합한 방식은 친모의 입양 동의에 앞서 아이 한 명일 때는 8주, 쌍둥이의 경우에는 최소 12주의 숙려 기간이 주어지는 독일식, 또는 6주의 결정 기간이 허용되는 스웨덴식 모델이다. 다른 유럽 선진국과 호주는 물론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한부모 가정을 위한 적절한 법적, 경제적 지원과 보호가 이뤄지고 있어 입양을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과거에 정부는 아이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를 출산 직후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혼모의 집에서 아이를 충분히 잘 돌보고 있는 엄마들은 만약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엄마들처럼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입양 보내지고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미혼모의 집과 이들 미혼모들의 아이들이며 2008년 1114명의 엄마들 중 766명이 최소 20살 이상이었다. 미혼모 쉼터에 갔거나 20살 이상의 엄마들이라면 충분히 응급 전화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은 매우 중대하며 삶을 변화시키는 사건이다. 친모는 반드시 적절한 상담을 받고 아이와의 법적 관계가 단절되기 전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72시간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지난 11월 10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후원으로 국회에서 개최된 입양특례법 공청회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권희정 씨는 서둘러 입양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친모가 아이를 되찾고자 네트워크에 찾아왔던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결국 아이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입양 기관에서는 아이를 돌려 받기 전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할 것을 강요했다. 액수가 너무 커 그 만큼의 돈이 없었던 친모는 신용카드 지불을 요청했지만 입양 기관에서는 현금을 요구했다. 이에 친구들 사이에 모금운동이 벌어져 마침내 아이가 친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행히도 이와 같은 이야기들은 입양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다. 친모에게 충분한 숙려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나 입양 기관, 그리고 입양 기관들이 병원이나 미혼모의 집과 맺고 있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의한 압력이나 모종의 강요가 존재하는 한 친모가 자기 자신과 아이를 위해 충분한 정보와 숙고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병원 침대에서, 사기업화된 입양 기관에서, 또는 해외 입양 기관의 공급원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수행하는 미혼모의 집에서 부모의 권리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은 가장 상위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입양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 모델을 미국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미국은 최근의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보다 빈곤율이 높으며 최근 발표된 USDA 보고서에서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은 이같은 미국이 아닌 정당한 사회복지 정책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유럽 국가들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해외 입양된 아이들은 최소한의 법적인 기본 보호 수단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입양을 보내는 과정이 이렇게 쉬운데 한국이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낸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 및 입양 윤리까지 자신을 끌어올리고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한다면 국내적으로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반드시 해외 입양 프로그램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뛰어넘어 가족을 보호하고 가장 취약한 시기에 있는 미혼모들을 타켓(목표)으로 삼는 해외 입양의 관행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쓰여진 것을 허혜경 씨(뿌리의 집 자원봉사자)가 번역했습니다)

/제니퍼 권 돕스 美 세인트 올라프 대학 영문과 조교수, 입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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