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공녀, 일본에 위안부, 그리고 우리

Pressian

[인터뷰] <해외 입양과 한국 민족주의> 펴낸 이삼돌 박사

  2008-08-25 오후 12:12:12

  '노예, 공녀, 위안부….'
  
  그는 그 자신을 비롯한 약 16만 명의 상황을 그렇게 비교했다. 결코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금전적 거래의 대상이 된 강제 이주. 심지어 아직도 매년 2000여 명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바로 해외 입양인이다.
  
  이삼돌(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는 태어난 이듬해인 1972년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그가 다시 한국을 방문한 때는 그가 25살이었던 1996년. 당시 스웨덴 주재 한국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세계 한민족 축전에 참가한 그는 해외 입양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뿌리깊은 민족주의였다.
  
  "나는 축전 기간 내내 입양인을 따라다니는 취재 기자들, 그리고 주최 측이 입양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다른 어떤 나라 사람도 아닌 바로 한국인이라고 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외 입양을 놓고 본격적인 사회문화적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매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는 해외 입양이라는 문제가 한국의 미디어와 대중 문화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지고, 또 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 해외 입양의 역사와 대중문화 속 해외 입양을 분석한 연구의 결실은 스톡홀름대학 동양어과 한국학 박사 논문으로 나왔다. 출간되자마자 이 논문은 지난 15년간 나온 스웨덴의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은 '내려받기' 건수(3만4499건)를 기록하는 등 국제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논문은 최근 <해외 입양과 한국 민족주의>(뿌리의 집 옮김, 소나무 펴냄)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돼 출간됐다.
  
  그는 논문에서 단순히 한국의 민족주의만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의 해외 입양에 서구의 식민주의가 결합됐다고 분석했고, 궁극적으로 해외 입양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을 불편히 여긴 서구 엘리트 계층의 반발로 그는 스웨덴에서 연구소를 그만둬야 했다.
  
  지난 21일, 온 국민이 올림픽 응원 열기에 휩싸여 있는 시간, 그 열광만큼 우리 사회가 모두 애써 외면하려 하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모임이 서울 한 곳에서 출발했다. 이삼돌 박사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창립총회가 열린 것이다.
  
  입양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입양인에게 '민족성'을 강요하며 '복원'을 시도하는 한국, 완전무결한 탈식민화만을 내세우며 근대성의 어두운 뒷면인 해외 입양은 감추려는 한국. 그곳에서 진실을 요구하고 화해를 제안하는 해외 입양인들의 발걸음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임이 열리기 전인 지난 19일, 서울 청운동에 위치한 해외입양인 쉼터 '뿌리의집' 사무실에서 이삼돌 박사를 만나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해외 입양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해외 입양은 한국의 역사, 사회, 문화 속에서 해석돼야 한다"
  

▲ 이삼돌(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해외 입양에 얽힌 한국의 역사, 그리고 민족주의를 4편의 국내 영화와 4곡의 노래를 통해 분석했다. 그런 접근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삼돌 : 1996년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해외 입양인, 입양에 관한 영화와 노래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후에 관련된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매년 한국에 오면서 특히 비디오 대여점이나 중고레코드 가게에서 노래와 영화를 수집했다.
  
  2001년, 박사 과정에 들어가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 체계적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재단, 한국영화 아카이브 등 인터넷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신문, 잡지 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프레시안 : 특히 이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삼돌 박사는 논문에서 장길수의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김기덕의 <야생동물보호구역>, 박광수의 <베를린리포트>, 이장수의 <사랑>, 시나위의 <어머니의 땅>, 문희준의 <ALONE>, 클론의 <버려진 아이>, 스카이의 <영원> 등 총 8편의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삼돌 : 잘 알려진 감독과 가수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져 있다고 보았다. 또 이들 작품의 주제가 내가 분석하려는 주제와도 맞았다.
  
  또 나는 입양에 관한 다양한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2002년까지 수집을 했지만 이후 <마이 파더> 등 입양을 다룬 신작이 계속 나왔다.
  
  한국과 서구 학계 가릴 것 없이 입양은 그 자체로서 다룰 뿐 다른 이슈와 연관짓지 않는다. 학문의 범위도 사회복지학, 법학, 심리학, 의학 등에서 뿐이다. 나는 입양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었다. 바로 한국의 역사, 사회, 디아스포라, 문화, 미래에 관한 시각이다.
  
  입양 문제에는 두 측면이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 서양의 식민지주의다. 즉 심리적 문제와 이데올로기가 결합돼 한국 입양 문제를 구성한다.
  
  "오랜 종속의 역사의 연장선에 해외 입양이 있다"
  
  프레시안 : 그런 관점은 한국의 일반 독자에게는 굉장히 낯설게 들릴 것 같다.
  
  이삼돌 :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영화에 등장하는 4살짜리 여자 아이는 한국인 입양인이고, 스웨덴인 양부모는 그를 가혹하게 대한다. 이후 성인이 된 그를 한국인 기자와 목사가 구해준다.
  
  여기에서 서양의 식민주의와 한국의 민족주의를 차례로 볼 수 있다. 매우 전형적으로 입양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지만 또 흑백 논리로 볼 수도 없는 문제다. 두 관점 모두를 비판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한 전제로 두고 싶다.
  
  그러나 그 중에서 민족주의적 관점을 논할 때 나는 해외 입양을 젠더, 계급, 소수자 문제 등과의 연장선 상에서 한국의 내적인 사회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한국의 해외 입양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 분단, 한국 전쟁, 군사 정부라는 역사적 흐름과, 가부장적 문화, 계급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프레시안 :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심한 굴곡의 역사를 지닌 나라는 많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해외 입양 규모가 크다. 왜 그럴까.
  
  이삼돌 : 한국은 오랜 종속의 역사가 있다.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서구. 즉 사람을 제국으로 보내는 오랜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으로 공녀를 보냈고, 일제 강점기에는 정신대 여성이 있었다. 이제 아이들을 서양으로 입양시킨다. 해외 입양을 전통적인 인구 이동 문제에서 보자면 강제된 이주라는 측면에서 아프리카의 노예와도 비교할 수 있다.
  
  또 한국 전쟁은 서구인들이 봤을 때 식민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 2차 대전이 종료된 뒤 제3세계에서 일어난 첫 번째 전쟁이었다. 그런 까닭에 근대적인 국제
양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처음 입양아들은 한국 전쟁에서 특히 많이 태어난 혼혈아였다. 한국인과 서양인 모두 그들을 부끄러워하며 한국에서 내보내고 싶어했고, 해외 입양은 그들의 공동 작업이었다. 결국 그들은 국제 입양을 통해 인종 세척을 한 셈이었다. 장애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중문화 속 해외 입양, 그것은 되풀이되는 악몽과 같다"
  

▲ 이삼돌 박사는 "해외 입양을 대중문화 속에서 이렇게 많이 다뤄지는 나라는 없다"며 "이것은 악몽처럼 부끄러운 기억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한국의 해외 입양을 국가적 트라우마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이삼돌 : 우선 입양에 대해 이렇게 많은 대중문화에서 다뤄지는 나라는 없다. 신문, 잡지, TV에서도 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있다. 대중 문화와 매스미디어에서는 입양은 매우 전면에 나타난 이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지 않다.
  
  왜 한국인들은 이런 작품들을 생산하고 소비할까. 그것은 악몽처럼 부끄러운 기억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내 분석이다.
  
  그런데 입양은 지나간 일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서구에서는 한국이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하는'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해외 입양을 들여다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한국 경제가 예전보다는 많이 발전하고 잘 살지만 그래도 아직 입양의 문제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다. 해외 입양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언제나 슬픈 역사, 가난한 나라로 남아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 사회가 해외 입양을 인식하는 태도에 '부끄러운 비밀'로 여기는 태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다니엘 헤니에 대한 인기나 해외 입양인에 대한 인식을 보면 그런 태도도 상당 부분 변한 것 같다.
  
  이삼돌 : 1991년에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 나온 뒤 <마이 파더>가 나오기 까지 16년이 흘렀다. 거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입양 문제가 정말 비밀스런 문제였고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훨씬 더 일반화됐다. TV 드라마를 봐도 해외 입양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제 그들은 해외 입양인도 드라마의 캐릭터로 활용한다. 나는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해외 입양은 분명히 반대하지만 해외 입양과 해외 입양인 문제는 따로 떼어서 보아야 한다. 입양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입양인에 대한 시각이 일반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화해와 치유 위해서는 먼저 해외 입양이 중단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새로 만드는 단체 이름에 '진실과 화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삼돌 : 이 단체의 목적은 해외 입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입양 산업에서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인신매매였다. 진실이 나와야 해결될 수 있다.
  
  또 미래를 위한 화해가 필요하다. 일종의 치유 과정이다. 많은 성인 입양인들은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매우 화가 나 있다. 그들의 화가 누그러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궁극적으로 그들과 화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 입양이 중단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는 입양 문제가 일단 해외로 보내고 나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라서 성인이 되어서 1990년대부터 한국에 들어와서 부모를 찾고 이런 과정에서 계속되는 문제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
  
  이삼돌 : 그런 면에서 이 문제는 아프리카 노예와 비교할 수 있다. 그때 수백 만 명이 이주됐고, 그런 측면에서 비슷하다. 노예 이주는 중단됐지만 그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계속되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지.
  
  이삼돌 : 이 논문은 해외 입양을 바라보는 한국적 시각에 관해 쓴 책이다. 이후 스웨덴에서 새로운 책을 썼다. 바로 성인 입양인에 대한 인종 차별 등의 경험 등 서구의 시각에 관한 것이다. 또 '트랙' 등 한국의 해외 입양을 중단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강이현,전홍기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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